"윙윙윙~"
에어컨 소리.
귓가에서 멈추지 않는다.
1일.
2일.
3일...
3일째 연구실이다.
이번 주에 유독 일이 많았다.
신뢰성 기반 설계 과제 #7.
신뢰성 기반 설계 기말고사.
일주일만에 찾아온 지도교수님과의 연구미팅.
학부논문 학생들과 책상 제작 작업.
이 일들로
화요일에 집을 가지 못하고.
수요일에 집을 가지 못하고.
오늘... 목요일에도 집을 가지 못한다.
집에 가지 않고 학교에서 밤을 보내는데,
그렇다고 밤을 완전히 지새는 건 아니다.
새벽 5~6시가 되면 잠이 들어, 3시간 정도는 잔다.
3시간의 수면.
원래 야행성인 나에게 그리 힘들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게 이틀이 되고, 사흘째 접어드니까 사람할 짓이 아니다.
면역력이 떨어졌는지,
평소에는 말짱하던 이들이 시리기 시작했고,
오늘 들어서는 머리 뒷골이 아프기 시작했다.
이건 아닌데,,, 오늘만은 집에 가고 싶었는데,,,
결국 여기다. 연구실이다.
"강아지로 태어날 걸 그랬어~"
힘들면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이다.
TV 다큐멘터리 '일곱살 인생'에서 일곱살짜리 아이가 죽기보다 싫은 한자 공부를 억지로 하면서 내뱉은 말이다.
아이의 눈은 얼마나 순수한 걸까?
강아지로 태어날 걸 그랬다니...
개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이 예전부터 있어왔지만,
일곱살짜리 아이의 눈에는 주는 밥 먹고 마음대로 뛰어노는 강아지가
그렇게나 부러웠나보다.
강아지는 한자 공부를 안해도 되니깐.
나도 힘드니까 저 말이 나온다.
어쩌다 이런 고생을 사서 하는 건지...
이것도 일종의 습관이랄까?
연구실에 있는 모든 연구원이 나처럼 연구실에서 밤을 지새지는 않는다.
뭔가,,, 변화가 필요할 것 같다.
이렇게 힘든 와중에 나에게 힘을 주는 것이 앙앙이 쥬니어이다.
바쁜데도 불구하고 시간을 내어 왕십리까지 가서 데려온 네오 포르테.
그 전에 타던 앙앙이의 이름을 따서 앙앙이 쥬니어라고 이름 붙였다. 줄여서 앙쥬~
오늘, 밤을 새고 아침에 기말고사를 치른 후,
집에 가는 길에 앙쥬를 구청에 신고하고 등록하는 절차를 가졌다.
번호판을 붙이니까 드디어 내 식구가 된 기분이다.
앙쥬 때문에 더 바빴던 한 주이지만,
앙쥬 덕분에 힘들어도 견딜 수 있었다랄까?
하얀 것이 참 예쁘네.
어서 내일 아침에 있을 미팅 준비를 마치고,
조금이라도 눈을 붙여야겠다.
아.
피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