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21일.
한국에서는 앞으로 10년간 볼 수 없는 부분일식이 있었다.
이전까지는 플로피디스크, 선글라스, CD 등을 이용해서 일식을 봤었는데,
이번에는 망원경도 활용할 겸, 제대로 일식관측을 준비해보기로 했다.
우선 태양관측 필름(태양필터)을 구매했다.
태양은 상상 그 이상으로 밝은 천체이기 때문에, 웬만큼 가려서는 제대로 볼 수 없다.
특히나 망원경으로 관측하기 위해서는 태양필터가 필수적이다.
태양관측용으로 판매되는 필름은 태양광을 1/100,000로 줄여준다.
A4 용지 크기의 태양관측 필름을 구매하여, 안시관측(맨눈으로 하는 관측)용 필터 2개와 망원경용 필터 1개를 제작했다.
망원경의 구경이 8인치(203mm)인데, 필터 부분을 직경 5인치로 제작했다.
필터를 통해 태양광이 1/100,000만큼 줄어들었지만,
망원경의 뛰어난 집광력(빛을 모으는 능력)으로 다시 강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망원경용 태양필터는 망원경의 구경보다 작게 제작된다.
6월 21일 오후.
다행히도 날씨가 좋았다. 구름이 조금 있긴 했지만 일식 관측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그만큼 더웠다...
망원경, 가대, 삼각대, 배터리, 접안렌즈, 각종 어댑터 등 많은 짐을 챙겨서 세종시의 강변공원으로 갔다.
일식이 오후 4~6시에 진행되기 때문에, 서쪽이 확 트인 관측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망원경에 자작한 태양필터를 부착했다.
태양필터를 부착하지 않고, 망원경을 설치할 경우, 강한 태양빛에 접안렌즈가 녹을 수 있다.
(망원경은 엄청난 크기의 돋보기이다.)
태양필터를 부착한 망원경을 가대에 설치하고, 태양을 향했다.
반달이 아닌, 반해.
붉게 빛나는 태양을 검은 달이 파먹었다.
위 사진은 달이 최대로 태양을 가린 5시경의 사진이다.
너무 동그스름해서 CG가 아닌가 싶지만, 정말 사진이다(포토샵으로는 레벨 조정만 살짝 했을 뿐).
실제로 관측했을 때도 너무 CG 같아서 나도, 아내도 놀랐다.
사실 태양의 실제 색깔은 저렇게 붉지 않다.
낮 동안의 태양은 노란색과 주황색의 중간 정도에 해당하는 색인데, 태양필터를 통하다보니 붉게 찍혔다.
(14,000원짜리 저렴한 태양관측필름이다보니 색의 뒤틀림 정도는 감수해야겠지?)
포토샵으로 색온도를 조정할까 했지만, 저 색깔이 예뻐서 그냥 뒀다.
빨간 맛.
자고로 태양은 빨게야 제 맛.
얼룩말이 아닌 얼룩해.
태양에 얼룩무늬가 생겼다.
부분일식 후반부에 이르러 구름이 나타나더니 태양을 덮었다.
달이 태양을 최대로 가렸을 때 나타나지 않아서,
그리고 일식이 지루할 때쯤 나타나 변화를 줘서,
구름에게 고마웠다.
1시간 넘게 일식을 관측하고 촬영하는 동안,
공원을 산책하시던 몇몇 분들이 망원경으로 일식을 구경하고 가셨다.
나름 뿌듯.
앞으로 10년간 볼 수 없는 부분일식 관측을 무사히 마쳐서 다행이다.
다만, 10년을 기다릴 수는 없을 것 같고, 또 기다려봐야 부분일식이니까,
외국 나가서 개기일식을 보는 계획을 세워봐야겠다.